전통과 근대·현대 건축물, '교토'에서 빛나고 있다
전통과 근대·현대 건축물, '교토'에서 빛나고 있다
  • 전재홍
  • 승인 2024.05.06 06: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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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 칼럼] 발광하는 매력적인 도시, 일본 고도 '교토'
세계 3대 사진 축제 '교토 그라피'… 오는 12일까지 열려
깔끔한 외관의 교토은행 중앙지점. 이 건물은 1906년 완공된 뒤 2003년 해체 복원되었다. 교토 곳곳에 남은 서양식 건축물들은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시각적 전시물이다. 필자 촬영

예술의 힘, 건축의 힘, 고도(古都)의 힘 3중주. ‘교토그라피’ 

천년의 수도, 교토에서 매년 세계적인 사진축제인 ‘교토그라피’가 열린다. 교토와 포토그라피를 합성해 고유명사처럼 작명한 ‘교토그라피’는 2013년 처음 개막해, 세계 3대 사진축제에 꼽히기도 한다. 올해의 주제는 ‘SOURCE'로 5월 12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

니조성 전통 건축물에서 전시중인 Thierry Ardouin 작가의 ‘종자 이야기’. 작가는 태초부터 인류 먹거리의 기본인, 종자가 발아하는 과정과 형태, 색상에 주목했다. 필자 촬영
작가는 전통적인 공간에 맞게, 전시물을 병풍으로 제작해 세웠고, 창문곁에 두어 채광을 활용했다. 필자 촬영

이방인에게 전통도시로 잘 알려진 교토의 이미지는 다면적이다. 일본의 역사(驛舍) 가운데 나고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토역은 대규모 현대식 복합몰을 포함하고 있어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각되었고 교토타워와 함께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도시에서 교토타워는 교토역과 함께 현대적인 건축물의 상징이다(왼쪽). 하라 히로시가 설계해 1997년 준공된 교토역 복합단지는 지상16층 지하3층 규모로 높이 60미터에 달한다.
교토의 스카이라인은 전통도시의 고도 제한으로 배경 산세와 같이 평탄함을 보이는데 교토타워 기둥과 철탑만이 도시를 내려다 본다.

교토의 고도 제한은 곳곳에 산재한 전통건물과 서양식건물, 현대건물이 서로 영향을 받지 않고 어우러지며 밋밋한 스카이라인을 보인다. 도드라지지 않는 고도(高度)는 고도(古都) 교토의 전통, 근대, 현대의 속성이 고루 배어 있다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교토는 전통과 근대, 현대의 건축물이 발광하는 매력적인 도시인 것이다.

교토그라피 제3전시관으로 사용되는 서양식 근대건축물인 교토문화박물관 별관.
교토문화박물관 별관 정문. 도심 곳곳에 산재한 근대기 서양식 건축물은 교토에게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필자 촬영
교토문화박물관 별관 정문. 석재와 적벽돌을 이용한 근대건축물은 소재가 주는 차가움으로 관공서 건물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교토문화박물관 별관의 아마존 원주민의 생활상 사진.<br>
교토문화박물관 별관에서 전시중인 아마존 원주민 생활상 사진.
전시 내용에 맞추어 전시 부스가 설치된 교토문화박물관 별관 내부.
교토예술센터에 전시된 James Mollison의 ‘어린이의 침실’. 미국 4살 어린이 Everett의 방을 찍었다. 서구의 어린이 방은 인형, 캐릭터, 운동용품, 컴퓨터게임, 넘치는 장남감이 주류를 이룬다.
저개발국가 어린이 방은 살림이나 가내수공업 재료, 오염된 침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어 열악한 생활, 주거환경을 보여준다.

이러한 도시공간에서 열리는 ‘교토그라피’의 매력은 역사, 공간, 소재가 다양한 공공시설, 주택, 회사, 관공서와 미술관을 활용한 전시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만이 갖춘 독특한 분위기와 강점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10여 년을 치르다 보니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환호하며 찾아오는 국제적인 행사가 된 것이다.

제4전시장인 ‘시마다이갤러리 교토’. 1608년 실 도매상으로 시작, 400년 넘는 교토의 유서 깊은 장소로 에도시대에는 술 도매상도 겸했다. 전시는 주택과 창고 2동에서 이뤄진다. 필자 촬영
‘시마다이갤러리 교토’. 프랑스 아를국제사진제 창설자 중 하나인 루시앙 클레그가 전시하는 ‘집시 템포’
루시앙 클레그가 찍은 플라멩고 기타 연주자인 Manitas de Plata. 전시물 중에는 Manitas de Plata의 LP 커버 사진도 있다.

교토그라피는 메인 전시 13개 외에도 100개가 넘는 전시가 있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시 장소와 공간을 재해석한 전시방식이 매력적이다. 가령 교토신문사 지하의 옛 신문인쇄시설인 윤전실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상점, 술 판매장과 창고에서 전시하기도 한다.

교토신문사 지하1층 과거 인쇄공간에 설치된 제5전시장. 내부가 어두워 전시물 외에는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 관람에 집중하게 된다.
일간신문사 공간까지 활용한 교토그라피는 다양한 공간에 적합한 작가를 선정해 설치함으로써 전달력을 극대화 시킨다.

이렇듯 교토는 일본의 오랜 수도로 역사와 문화적 중심지이었기에 황궁과 종교시설, 전통주택 등 오래된 건축물이 많이 현존한다. 세계 제2차대전시 미군의 폭격으로 도쿄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시가 초토화되었지만 당시 미국 국방장관 헨리 스팀슨이 유서 깊은 고대도시의 파괴를 반대해, 대신 나가사키가로 결정되었다. 교토는 원자폭탄 ‘팻맨’의 재앙을 면하는 행운을 얻어 오늘에 이른다.

교토사진축제는 ‘사단법인 교토그라피’가 주최하고 교토시와 교토시교육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이러한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은 행사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교토역 바닥에 설치된 사진축제 홍보물. 필자 촬영
교토그라피가 횟수를 거듭하며 후원과 협찬, 호텔 파트너, 미디어 파트너, 스페셜 파트너가 늘며 안정기에 접어든다. 다이마루(大丸)백화점 교토점 윈도어의 ‘교토그라피 스페셜 디스플레이’. 필자 촬영

한 도시의 구성원인 시민은 자신의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정주 지역의 경쟁력을 만드는데 고민하고 일조해야 한다. 건축물과 역사, 예술을 가지고 연주하는 ‘교토그라피’를 보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특장(特長)을 살펴봐야겠다.

 

전재홍, 상명대대학원 사진학과 졸업(석사), 한남대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박사), 조선일보 기자, 대전일보 사진부장, 중부대 사진영상과,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겸임교수, 2024 대전국제사진축제 총감독, 이메일 : doc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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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 2024-05-06 10:14:29
좋은글과 사진덕분에 집에서 편안하게 세계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과 사진 기대합니다